C사

Q.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 여성 임원 및 관리자 비율이 궁금해요.

현재 여성임원은 2명인데요. 그 중 1명은 외부에서 영입한 사람이고, 자체 내부 인력이 여성 임원이 된 것은 1명 뿐입니다. 

부장은 회사 전체에 97명 있는데 이 중 여성은 9명에 불과해요. 그나마 여성 부장은 본사에는 없고, 지점 두 곳에 여성지점장과 센터장으로 있는 수준이죠. 

Q. 왜 이렇게 여성 관리자가 적을까요?

과거 채용단계에서부터 시작된 남녀차별, 업무영역구분 등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생각해요.

회사가 최저직급인 사원은 전원 고졸 여성으로 채용하고, 그 윗직급인 주임은 대졸 남성을 채용해 왔거든요.

그러니 입사하자마자 주임이 되는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은 사원으로 입사해 주임으로 승진하기까지 7년이라는 기간이 더 필요하게 된거죠.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대졸 남성은 대리 승진에 평균 5.8년이 걸려요. 11년이면 과장, 18년이면 차장을 달고요. 

반면 고졸 여성은 과장에 평균 17년, 차장에 25년가량 걸리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죠. 출발선부터 불리한 거에요. 

그래서 입사 18년, 20년 차인 여성이 아직도 대리에 머무르는 경우도 있어요. 

Q. 왜 그런 구분이 생기는건지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회사는 채용 시에는 당연히 성별 무관으로 뽑는다고 말해요. 

하지만 여성은 고졸로 주로 채용하고, 이후 업무 배치 과정에서도 흔히 말하는 업무관리(지원직)에 배치되곤 합니다. 

업무개발이나 결제 업무는 지금도 거의 100% 여성이 하고 있어요. 남성들은 주로 본사영업, 지점영업을 하고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은 결국 승진 문제입니다.

특히 지점 업무관리직인 여성인 경우에는 암암리에 승진이 제한되고 있어요. 

지점 업무관리직 여성이 대리이상으로 승진을 하는 경우는, 업무직에 있다가 지점영업으로 빠진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자리에 계속 있으면 승진이 어렵죠. 

고객행복센터(콜센터)는 아직도 아예 분리직군제를 통해 채용하고 있고요.
 
즉 배치 과정에서 이미 승진 여부, 즉 ‘이 직원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여부가 사실상 결정된다고 봐야죠.  

Q. 여성과 남성을 학력과 업무로 완전히 구분하고 있군요.

그렇죠. 사실 저는 어떤 노동은 귀한 노동으로, 어떤 노동은 그렇지 않은 노동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회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의 가치를 등급별로 나눠 차별하고 있어요.

영업이 아닌 비영업직군. 그러니까 업무관리직 등에 대해서는 ‘오래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그렇게 많은 돈을 받을 필요 없는 일’이라는 인식이 있어요. 

그래서 지점 관리직들의 승진 문제나 급여 문제를 이야기하면 일부에서는 노노갈등도 발생합니다.

고객행복센터는 처우가 훨씬 더 나쁘죠. 다른 직무의 사원급보다 급여가 낮고, 그래서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어요. 승진에도 불이익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결국 회사에서 본사와 지점, 영업과 비영업 직군을 다 나눠서 노동의 가치에 등급을 매기고 있고, 그 위계 때문에 노동자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는 구조인 것이죠. 

그러니 인식 개선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모든 직무의 처우를 동등하게 맞추고 승진에 차별을 두지 않고 어디로 발령이 나던 상관없이 모든 직원들이 다양한 일을 해볼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Q. 현실적으로 순환보직을 원치 않는 직원들도 많지 않나요?

네. 맞아요. 하지만 변화는 정말 필요해요. 

지금은 회사가 여성의 업무 영역을 업무관리직 정도로 한정 지어 놓고 있는 거잖아요. 그러면서 처우에서도 차별을 하니, 남성들도 여성들이 주로 하는 이런 관리 업무 관련 부서를 ‘비전이 없다’라며 기피하는 것이고요. 

거기에 같은 업무라도 지점은 기피하고 본사로만 가고 싶어 하는 정서도 있어요. 이것도 결국 본사 대비 지점은 승진은 어렵고 인사고과는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인 거죠.

본사와 지점. 여성과 남성의 업무 및 처우 분리 고착화는, '사실상의 분리직군제'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최근에는 회사에서도 최근 지점 창구업무에 남성을 채용하는 등 변화를 위한 시도는 하더라구요.

이게 1회성 보여주기식 행보에 그칠지. 정말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등은 우리가 지속적으로 주의 깊게 지켜봐야죠.

Q.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사용 상황은 어떤가요?

여성은 자연스럽게 출산 및 육아와 관련한 휴가를 사용하지만, 남성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에요. 

남성같은 경우는 제가 아는 사람 중에서는 사용자가 2명정도 있는데 그 중 한명은 퇴사를 했습니다.

Q. 여성할당제 확대 도입을 통해 승진 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미 여성은 많이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채용에서의 할당제는 큰 의미가 없어요. 

할당제로 기준을 정해두면, 실제 여성을 더 뽑을 수 있어도 그 할당제 기준에만 딱 맞춰서 뽑으려 할 수도 있다고 봐요.

승진도 단순히 남성과 여성의 문제가 아니다 보니 할당제로는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점 남성 지점영업직원들도 지금 승진이 힘든 상황이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여성승진할당제’를 도입하면 역차별 문제가 불거지면서 갈등만 더 심해질 겁니다.  

진짜 과제는 눈에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분리직군제를 폐지하는 것이죠. 일단은 고객행복센터(콜센터)의 직군제 폐지가 급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