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사

Q. 여성 직원 비율, 여성 임원 및 관리자 비율이 궁금해요.

여직원 비율은 46% 정도인데 여성 임원이나 부장급 여성 관리자는 없습니다.

직무는 부장인데 직급은 차장인 여성들이 4명 있기는 하고요.  

Q. 여성 임원 및 관리자 비율이 현저히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해요. 분리채용과 찍퇴로 인한 여성 인력 부족.

분리채용을 먼저 말씀드리면, 저희 회사는 몇 년 전까지도 고졸채용과 대졸채용 전형이 분리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고졸 채용에는 대부분 여성을 뽑아 지점에 보내고, 대졸 채용에는 주로 남성을 뽑아 본사 업무를 시켰죠. 

이런 고졸 채용자의 경우 승진에도 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고졸과 대졸은 8호봉 차이가 나는데요. 그래서 고졸 여성이 대리가 되려면 12년이 걸립니다. 

그조차 자동승진이 아니라, 심사에서 떨어지면 12년 넘게 일하고도 대리를 달지 못합니다. 

대졸 남성보다 고졸 여성들이 승진에서 탈락하는 케이스가 많기도 했고요. 이런 차별이 누적되면서 저직급에는 여성이, 고직급에는 남성이 몰려있는 상황이 되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모두 대졸을 뽑기도 하고, 지점 슬림화 정책 때문에 여성만 지점으로 보낸다는 개념 자체가 사라졌어요. 기존 지점 대면 업무를 하던 여성들도 대부분 본사에서 차별 없이 업무를 보고 있고요. 

다음은 찍퇴로 인한 여성 인력 부족의 문제인데요. 과거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회사가 ○○지주에 매각된 적이 있어요. 이때 여성들에 대한 대규모 ‘찍퇴’가 있었습니다. 

○○지주는 회사에 인력 감축 할당량을 줬는데, 회사는 그 중 80%에 달하는 인원을 여성으로 채워 내보냈거든요. 면담에 들어갔을 때 ‘너는 (나갈 사람) 명단에 있다’고 하면 나가는 식이었습니다. ‘왜 하필 내가 나가야 하냐’라고 질문하면 ‘회사 방침이다’라고 말하면 그만이었고요. 

이 과정에서 너무 여성들만 내보내니 ○○지주에서는 형평성 등을 이유로 남성도 내보내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고, 그래서 2차면담까지 진행됐었습니다.

어쨌거나 이때 여성들이 대거 퇴사하면서, 지금까지 남아 높은 직급을 달아야 할 여성 인력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 된거죠.

Q. 최근 채용 및 승진 상황은 어떤가요?

회사가 어려워서 전체 채용 인원을 줄이면서 올해 신입사원으로 남성 2명만 최종 채용됐다고는 하는데요. 블라인드 채용 결과였기 때문에, 채용에서 여성을 차별한 결과인지는 내년, 내후년 상황까지 같이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승진의 경우, 현 대표이사가 여성의 승진과 관련해서 오히려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 최근 1년 사이에 변화가 생기고는 있는 것 같아요. 실제 부장 직무를 맡고 있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기도 하고요.

Q. 조직문화에 따른 차별은 없나요?

인식상의 차별은 있죠. 대표의 태도와는 별개로, 기존 남성 부장들은 여성이 부장이 되는 것을 꺼려하는 편이에요.

지금 부장급 승진을 할 만한 여성은 인원이 적기도 하지만 그조차 대부분 고졸인데, 고졸이 어찌 부장이 되냐고 혀를 차는 식이죠. 

그 여성이 얼마나 실무를 더 잘 알고 있는지. 일을 얼마나 더 잘하는지는 무시하고, 그냥 좋은 대학을 나온 남성이 부장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이죠. 

거기에 더해 남성 부장들은 ‘충성심이 강한’ 남성 후배들을 ‘내사람’ ‘내라인’으로 점찍어 끌어주니까요.

Q. 왜 남성을 더 ‘충성심이 강하다’라고 판단하는 것일까요?

자녀 돌봄에 대한 책임이 아무래도 여성에게 있으니, 남성들은 상대적으로 야근이나 회식에 더 적극 참여할 수 있죠. 

여자들은 아이를 돌봐야 하니 집에 간다고 말하는 편이고, 그렇게 본인이 직접 말하지 않아도 보내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으니까요.  

Q. 육아휴직 사용 상황은 어떤가요?

여성들은 모두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고과에서는, 아무래도 대놓고 차별할 수는 없겠지만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은연중에 배제된다는 분위기는 있습니다.

남성의 경우 육아휴직 사용 케이스 자체가 아예 없어요.

최근 1명이 배우자 상황 때문에 두 달 정도 휴가를 사용하려고 했는데, 회사에서 면담 후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지역으로 발령을 내주는 등의 배려를 해주면서 마음을 바꾼 모양이에요. 

Q. 남성들은 왜 육아휴직을 여성들 만큼 사용하지 않는 걸까요?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남성은 가장이라는 인식이 있잖아요.

맞벌이라고 해도 남성의 급여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우가 많고. 이렇게 주 생계부양자 역할을 맡고 있으면, 육아휴직을 사용해 급여가 줄어드는 부분이 부담되겠죠. 아마 급여보전이 되면 육아휴직을 남성들도 사용할거에요. 

물론 일부 남성들은 자녀 돌봄 자체가 너무 고립된, 고된 노동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안 쓰기도 합니다.

육아는 여성에게도 똑같이 힘든 일이잖아요? 그런데 남성들은 모성애, ‘그래도 당신은 엄마니까’라는 논리로 돌봄과 관련한 부담은 여성에게 다 맡겨버리는 거죠. 차라리 돈을 버는게 더 낫다고 말하면서요.  

Q. 군가산점 관련 제도는 있나요?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2000년대 초반에 없앤 제도인데, 저희 회사에는 남아 있습니다. 2호봉을 인정해주고 있고요. 

여성은 보건휴가수당을 받는데, 실제 휴가비에는 한참 못 미치는 액수에요.

보건휴가수당을 높이거나 군가산점을 없애자는 여성들의 요구에는 남성들이 반발하고요.

예를 들어 군가산점제도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고 설명하면 ‘여성은 임신, 출산 과정에서 혜택을 받지 않느냐?’라는 식의 반응이 나옵니다. 육아휴직을 일종의 여성 특혜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 것이죠. 

Q. 조직 내에서 역차별 문제는 없나요?

여성 부장 승진 문제를 놓고 역차별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해요. 그 외 성평등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편입니다. 

Q. 여성할당제 도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위적으로 할당제를 도입할 문제라기보다는.. 저희 회사에서 드러나고 있는 지금의 낮은 여성 대표성 문제는, 누적된 차별의 결과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학력 차별 없이 여성을 계속 일정 수준 이상으로 채용하다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