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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 여성 임원 및 관리자 비율이 궁금해요.

여성 직원 비율은 30% 수준입니다. 관리자 역할 없이 그냥 직급만 부장을 달고 있는 경우를 포함하면 비율은 높아지겠지만, 관리자만을 기준으로 하면 부장급의 경우 86명 중 3명만 여성입니다.

Q. 왜 이렇게 여성 관리자 비율이 낮은가요?

일단 여성 자체가 적어요. 

지점 창구, 스탭 인력이 대부분 여성인데, 점포 축소 과정에서 2015년, 2016년에 걸쳐 여성 직원들이 특히 많이 퇴사했습니다. 과거 점포 축소 이전에는 여성 비율이 40% 수준은 됐었죠. 

실제 제가 입사할 당시만 해도 창구 여성 인력이 지점당 5~6명은 됐거든요. 지금은 3인 창구도 거의 없고 2인 창구가 대부분이에요. 

남성의 경우 영업 인력은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 형태로라도 영입하는데, 이에 비해 여성은 계약직으로 전환할 영업 인력 자체도 적고, 거기에 신규 채용도 적고, 점포는 줄어들고 하니까. 그런 영향이 크죠.

또 창구직원과 대졸 공채 직원을 나눠 채용하는 것도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창구직원은 업무지원을 하는데, 주로 여성을 뽑아요. 대졸 공채는 주로 남성을 채용하고요. 

대졸 공채에서 여성은 가뭄에 콩나듯 한 두 명 채용하지만, 거의 구색 맞추기 수준이라고 할 수 있죠. 비율로 보면 10% 미만이에요. 제도적으로 분리직군제가 유지되고 있는 셈이죠.

Q. 창구직원과 대졸 공채 직원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업무만 놓고 보면, 신입 대졸 공채 직원이 하는 업무를 창구 여성들도 합니다. 즉, 명확하게 업무가 분리되어 있지 않아요. 

그런데도 처우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납니다.

일단 창구 인력으로 들어오면 그 안에서 1호봉부터 10호봉까지 다시 나뉘고, 10호봉이면 대리로 승진할 자격이 생깁니다. 

1년에 한 호봉이 올라가니까 6급이 대리를 다는데 대체로 8~10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됩니다. 

반면 대졸 공채의 경우 2년이 지나면 대부분 대리를 달 수 있고요.

그러니까 똑같이 입사해서 연수를 같이 받으면 입사 동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상황을 보면 여성은 대부분 창구 인력으로 뽑히기 때문에 동기인 대졸 공채 남성들보다 대리를 다는 것만 봐도 훨씬 더 긴 시간이 걸린다는 거죠. 

게다가 창구업무만 하는 직원의 경우 승진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승진 적체 문제가 여성에게 더 심각하게 발생합니다.

조직 내에서 암묵적으로 창구책임자는 일정직급이상 승진이 될 수 없다는 인식도 분명 있고요.  
 
단순히 창구 인력과 대졸 공채의 문제를 넘어 더 복잡한 문제도 있어요. 

예전에 구조조정을 하고 창구 여직원들이 너무 많이 나가게 되면서 인력이 다시 부족해진 적이 있습니다. 

이때 정상적으로 정규 채용을 했어야 했는데, 다음 정규 채용 시기까지 텀이 길게 남았다는 이유로 회사가 창구에서 일할 여성들을 모두 계약직으로 채용했습니다. 이른바 공채 계약직인 셈이죠. 

당시 사측은  ‘어차피 다 나중에 정규직 전환을 할 거고, 다만 급하게 뽑았으니 검증의 시간이 필요해서 계약직으로 뽑았을 뿐’이라고 설명했었어요. 

그래서 당시 노조는 단협을 통해 2년이 지나면 심각한 문제가 없을 시 이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을 시킬 수 있도록 했고, 실제 대부분 정규직 전환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여성들은 계약직으로 들어오면서, 호봉 인정을 제대로 받지 못했어요. 원래 대졸이면 4호봉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2호봉만을 인정받은 것이죠. 이런 케이스는 대리가 되는데 더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Q. 창구 인력이 대졸 공채 업무로 직군을 전환할 기회는 있나요?

전환은 불가능합니다. 애초에 창구 업무를 담당할 여성들을 분리해서 채용하는 이유가, 회사가 판단하기에 창구 업무는 급이 낮은 업무라고 보기 때문이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채용한 여성들도 연차가 쌓이면 본사로 가서 결국 대졸 공채 남성들과 같은 업무를 소화합니다. 

즉, 문제의 핵심은 같은 일을 하는데도 차별을 한다는 점에 있어요.

그런데도 회사는 좀 더 명확하게 분리직군제를 도입하자는 요구까지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Q. 남성을 창구 인력으로 뽑으려는 움직임은 없나요?

없습니다. 대졸 공채 남성 신입이 지점에 배치되면, 영업을 시켜야 하니 창구 업무에 배치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옵니다. 

남성들도 ‘나는 창구 업무는 안 할거다’라고 생각하는 편이고요. 

콜센터에도 남성을 일부 배치하는 회사가 있다고도 하는데, 저희 회사는 전원 여성만 배치합니다.

Q. 출산휴가, 육아휴직 사용 상황은 어떠한가요?

여성은 대부분 문제없이 사용합니다. 

남성은 사용하더라도 대부분 육아를 위해서가 아니라 일반 휴가의 개념으로 사용하고요. 

게다가 젊은 남성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려고 하면 여기저기서 ‘왜 사용하느냐?’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승진을 해야 하는데 왜 육아휴직을 사용하려고 하냐는 식이지요. 

반대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승진에 영향이 있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아니라고 대답은 합니다. 하지만 조직 분위기상 압박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요.

Q. 승진 시키려 해도 여성 인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잖아요?

동의할 수 없어요.

애초에 여성을 창구 업무 담당자로만 뽑고, 승진시키지 않고, 부장급까지 키우지 않아 여성 인력풀이 모자라진 것 아닌가요?  
 
지금까지 회사 생활을 하면서 겪은 것을 기반으로 말하면, 30년 전만 해도 여성은 결혼하면 그만두고, 아이 낳고 그만두고. 그런 것이 당연시 되던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어요. 

회사에서 대놓고 그만두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본인도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으니 더 쉽게 포기하기도 했죠. 

20여년전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했었는데 그때도 여직원들이 정말 많이 나갔습니다.

그냥 ‘여자는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결국 남는 거다’ 라고 생각하니까 회사에서 돈을 준다고 할 때 나간 거에요. 제 입사 동기 70%가 그렇게 다 나갔습니다. 

이제는 몇 년 사이에 급격하게 분위기가 바뀌었지만요.

나이를 많이 먹고 창구 업무를 보는 것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창구를 벗어나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할 수도 없었고요. 그러니까 다들 그만뒀던 겁니다.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다면, 여자는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면 버텼겠죠.

Q.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영업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있나요?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연차가 높은 여성 직원들에게 영업을 시키고 싶어 하지만, 여성들은 거부하고 있어요.

실제 회사에서 PB, NBA 과정처럼 영업에 필요한 교육 과정을 열어두면, 창구 여직원들은 안가고 싶어 하기도 하고, 설령 교육을 받고 싶더라도 다른 동료들에게 업무 하중이 생길까봐 눈치를 보기도 해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관련 교육 자체에 거의 지원을 하지 않아요. 

하지만 결국 일정직급 이상으로 승진하려면 영업에 나서야 하는 것이 현실이에요.

물론 여성들은 기존 창구 업무를 하면서도 승진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업무에 위계를 두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반발하고요. 

저도 그 말 자체에는 동의해요. 창구 업무가 결코 중요도가 낮은 업무는 아니거든요. 

하지만 창구 업무는 이제 막 들어온 신입이나 숙련도 차이만 있을 뿐, 본질적으로 업무 내용이 똑같잖아요. 개인적으로는 직급이 올라가면 보다 더 큰 책임을 질 수 있는 업무에 도전을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업 환경의 변화가 이런 영업 기피 기조에 영향을 끼쳤다고는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책임자를 달면 모두 영업을 나갔는데, 당시에는 주로 리스크가 적은 자산영업을 했거든요. 그리고 성과급제도도 없었고요. 

그런데 지금은 영업을 잘하는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성과급제가 새로 도입되면서 영업에 도전을 하기 에는 과거보다 부담이 되는 환경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회사에서는 영업직으로 채용 공고를 내면 여자가 거의 지원을 하지 않는데 어쩌라는 거냐? 창구 업무 담당자 채용 공고를 내면 지원자들 레벨이 더 떨어지는데 어쩌라는 거냐?라는 등의 말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좋은 인재를 뽑고 싶으면 좋은 대우를 해주면 됩니다. 본인들이 그정도 조건으로 사람을 뽑으니, 그 조건에 맞는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 아닐까요?

Q. 분리채용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는 없나요?

분리채용 폐지까지는 아니고, 지금처럼 계속 창구 인력을 분리해서 채용할 경우 승진연차나 급여 차별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는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아요.

Q. 역차별과 관련한 문제제기는 없나요?

공식적으로 문제제기가 나오는 경우는 없지만, 저녁 식사 자리 등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역차별 이야기가 꼭 나옵니다.

대부분 여성 할당제(승진)와 관련 된 것인데, ‘아 그래. 여성들이 차별 받는 거 인정해. 하지만 할당제를 하게 되면 훨씬 능력이 좋은 남성들이 피해를 보는 것 아냐? 그들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여성을 위로 올릴 수는 없지 않나? 왜 여성이기 때문에 더 일 잘하는 남성들보다 가점을 받아야 하지?’ 이런 의견들이 나오죠.

Q. 여성 할당제가 실효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개인적으로도 할당제가 근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할당제는 장기적으로 능력 있는 여성들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보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채용 과정에서의 차별부터 없애는 것입니다. 

채용의 형태부터 잘못 되었기 때문에, 업무 분리가 되어 있기 때문에, 여성과 남성의 업무가 분명히 구분되어 있고, 그 중 여성에게 주어지는 업무는 훨씬 중요도가 낮다고 암암리에 분리되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먼저 해결되어야죠. 왜 프로젝트 팀장은 무조건 남성이어야 하죠?

물론 여성들도 더 적극적으로 바뀌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우리한테는 기회 자체가 많지가 않은데 그걸 잡으려는 노력을 안 하면 위로 올라갈 수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