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사

Q.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 여성 임원 및 관리자 비율이 궁금해요.

여성 비율은 33% 수준이고, 부장급 관리자 비율은 7~8% 정도에요. 남성 부장은 120명 가까이 되는데, 여성 부장은 10명도 되지 않거든요.

Q. 여성 관리자 비율이 현저히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직군을 분리해서 채용하는 영향이 커요. 

지점 혹은 본사의 창구업무에 배치되는 영업지원직은 대부분 여성이에요. 

남성도 아주 극소수 있기는 하지만, 채용 단계에서 사측이 ‘나중에 영업을 시켜주겠다’라고 약속을 한다는 점이 다르죠. 여성들에게는 이런 약속을 하지 않거든요. 

콜센터의 경우 별도로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 영업지원직 여성들이 배치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고요. 

본사 영업 및 관리업무에 배치되는 종합직은 대부분이 대졸 남성이에요. 

여성이 있기는 하지만, 아주 적죠. 본사에서 일하는 여성들도 대부분이 지원직이거든요. 

같은 종합직 내에서 처우 차별은 없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육아휴직을 다녀오면 동기들에 비해 여성들이 승진이 늦을 수밖에 없어요. 

Q. 종합직과 영업지원직 간 승진 및 처우 차별이 심한가요?

네. 승진만 봐도 지원직은 최대 차장까지만 승진할 수 있어요. 

사원에서 시작해서 대리까지 올라가는데 6~7년이 걸리고, 과장까지는 10~12년이 걸려요. 

종합직은 뽑을 때 이미 대리로 시작해서, 대리에서 과장이 되는데 5~6년이 걸립니다. 그리고 승진 제한이 없어요. 

게다가 책임자 과정을 이수하고 통과하면 과장 이상 승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었어요. 

반면 지원직은 승진을 위한 이런 별도 코스가 없어요. 책임자가 아니라는 거죠.

지원직과 종합직은 복지는 거의 비슷하지만 기본급이 완전히 달라서 급여 차이가 심하기도 하고요. 

Q. 혹시 직군 전환의 길이 열려 있나요?

정례화 된 것은 아니지만, 2019년에 노조 요구로 지원직 여성들의 종합직 전환 기회가 열린 적이 있어요. 원한다면 영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그 결과 40여명이 지원해서 14명이 심사를 거쳐 종합직으로 전환되었어요. 여성 지원직이 260명 가량인 것을 생각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지원한 거에요.

Q. 여성이 영업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나봐요.

아직 한계는 있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영업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영업에 간다고 하면 ‘내몰린다’라는 생각들을 했는데, 최근에는 여성들도 ‘이렇게 고생할 바에는 영업을 해서 인센티브를 받겠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2019년 전환 기회도 일회성으로 부여한 것이었는데, 이런 전환기회가 또 언제 있냐고 궁금해하는 직원들도 많아요.

남성들은 지원직으로 입사를 한다고 해도 결국 계약직으로 신분변경해서 영업을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현재 지원직으로 남아있는 남성 인원은 1~2명 정도밖에 없어요.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남성이 주 생계부양자여야 한다는 인식이 있잖아요. 그러다보니 남성들은 급여가 낮고 안정적인 업무보다는 높은 급여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Q. 분리직군제 폐지 요구 목소리가 나오진 않나요?

회사는 단일직군 채용에 동의하는 것 같아요. 

노령화된 인력이 나가면 그 자리를 채울 사람들이 필요한데, 신규채용보다는 기존 지원직에게 종합직 업무를 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하는 모양이에요.

그렇지만 분리직군제를 그냥 폐지해버리기에는... 직원들 사이에서의 갈등이 커요.

지원직 처우를 높이려고 하면, 다른 직군에서 ‘왜 그들만 특혜를 주냐’며 반발하는 식이거든요. 작년 전환 제도를 시도할 때도 직원들 간 갈등이 심했어요. 

기존 종합직 직원들은 들어온 루트가 다른 지원직들이 자신들과 동등한 직군으로 들어오는 것 자체가 엄청난 특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기존 기득권은 지키려고 하고, 가지지 못한 이들은 밑에서 치고 올라오며 권리를 요구하는 상황인 것이죠. 

일각에서는 직군은 없어지더라도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노력 등은 더 인정해줘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렇게 다 차등을 두기 시작하면 회사가 현대판 계급사회처럼 되어 버리지 않을까요? 

Q. 출산휴가, 육아휴직 사용 상황은 어떤가요? 

지원직 여성들은 문제 없이 사용하고, 불이익도 없어요. 분리직군제라 승진도 그 직군별로 이뤄지거든요.

다만 남성 동기들과 경쟁해야 하는 종합직 여성들은 육아휴직을 사용은 해도 승진 시 영향을 받을 수는 있어요. 승진 시기에 육아휴직을 들어간다거나 하면 계속 뒤로 밀리거든요.

실제 승진 상황을 봐도, 책임자급 자리는 여성들보다는 동기 남성들이 빨리 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책임자 자리에 가면 당연히 승진도 빠르고요. 인사나 경영 관리 같은 주요 부서에도 주로 남성이 배치되죠. 
  
남성 육아휴직은, 예전보다는 인식이 바뀌어가는 편이지만 여전히 손으로 셀 수 있는 인원 정도만 사용하는 것 같아요. 

다 사용은 하고 싶어 하는데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쓰지 않는 경우가 많죠. 

통상 여성보다 남성의 급여가 높은 가정이 많은데, 주 부양자인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내 버리면 가정 경제에 손해가 난다는 거죠. 

그러니까 휴가 의무사용 제도보다는 경제적 손실 보전이 되는 제도 도입으로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일 수 있다고 봐요.

Q. 직원들은 이런 차별 문제를 인식하고 있나요?

승진을 놓고 보면, 여성들은 꼭 임원이 되고 싶다고까지 생각하지는 않는 편이에요. 

지점장까지는 영업을 잘하면 갈 수 있으니까 하려는 사람이 있지만, 본사 임원까지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죠. 지금의 제도나 문화 속에서 당연하게 살아왔으니까요.

때문에 분리직군제나 승진 문제를 놓고 직접 항의하는 사람은 없고, 그냥 본인이 개인적으로 열심히 하려고 하죠.  

반대로 남성들의 경우 여성 관련 사업 등과 관련해서 안좋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별도의 예산을 사용해서 여성 사업, 성평등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하면 실제 반발하기도 합니다. 

Q. 역차별 이야기가 나오는 모양이군요.

맞아요. 그래도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수는 없지 않나요? 조심스러운 설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덧붙여서, 사회문화적으로 여성의 업무, 남성의 업무가 구분되어 있고, 그 기준에 맞춰 다들 살아가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격차를 줄이려면 여성들에게 역량강화 교육도 더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그냥 남자를 뽑는게 더 편하고 비용도 덜 들어가니까 계속 남자를 선호하겠지만요. 

Q. 여성할당제 도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채용이나 승진에서 할당제를 도입하려면 아무래도 인식 개선이 먼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보통 인사에서는 ‘여성을 아무리 많이 뽑으려고 해도, 영업이라고 업무를 표기하면 여성들이 거의 지원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해요. 

블라인드 채용인데, 남성 지원이 압도적으로 많으니 결과도 당연히 남성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실제로 여성은 아주 조금 지원했는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뽑아주는 것은 아무리 차별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역차별의 소지가 있잖아요. 
 
물론 누적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할당제 제도를 운영하다보면 인식이 개선될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해요. 모든 제도가 그렇지만 과도기에는 피해자와 수혜자가 생길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다만 근본적으로 여성 임원 및 관리자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 할당제보다는 분리직군제 폐지가 더 시급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