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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 여성 임원 및 관리자 비율이 궁금해요. 

여성 비율은 50% 수준이고요. 전체 부장 10명 중 여성 부장은 1명 뿐 입니다. 여성 임원은 없고요. 

Q. 왜 이렇게 여성 관리자가 적을까요?

승진 차별이 있어요. 일단 남성을 위로 먼저 올리는 경향이 있거든요. 조직 자체가 굉장히 보수적이에요. 

지점 성비만 봐도, 지점장은 남성이고, 나머지 직원들은 여성 총무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 남성 지점장 보직이 바뀌지 않으면 다른 여성 직원들은 더 위로 올라갈 수 없는 거죠.

특히 그룹사가 바뀌면서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전 그룹 산하일 때는 여성 임원도, 여성 부서장도 많았어요. 적어도 지금보다는요. 그러다가 지금 그룹으로 인수된 이후로는 점점 여성 고위직 비율이 줄어들었습니다. 

실제 예전에 관리자급으로 있던 여성 부장이 이제는 부서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업무적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룹사가 바뀌면서 사측이 ‘하는 일이 없다’라는 이유를 들어서 이 사람의 직급을 단계적으로 조금씩 내렸거든요. 당사자는 싸우지 않고 넘어갔지만요.

그러니까 저희 회사의 경우 ‘관리자로 올릴 여성 인력이 부족하다’라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죠. 

Q. 분리채용을 하고 있지는 않나요?

현재는 신규채용이 없어요. 각 부서별로 휴직이나 이직 등으로 티오가 있을 때만 경력직을 채용하고 있어요. 그래서 분리채용 문제가 심각하다. 이렇게 말하기는 어렵고요...

다만 과거 상황을 기준으로 보면, 지원 업무를 하는 분들을 별도로 채용하기는 했습니다.

보통 접수 업무, 창구 업무, 지점 영업지원, 서비스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분들이고요. 고졸부터 지원이 가능했고, 모두 여성입니다. 

급여는 최저임금을 적용받는다고 볼 수 있고요. 직급을 봐도 이 분들은 전부 사원이에요. 이 업무 자체가 일단 경력을 쌓을만한 일이라고 보기 어렵거든요. 완전히 직군분리가 되어 있는 것도 아니라 정식으로 직군전환 신청을 할 통로도 없고요.

반면 본사에서 기획업무, 자료분석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대졸이죠. 실제 채용 전형에 명시하지는 않았지만요. 급여는 경력직이 대부분이라 개별 연봉협상으로 하고 있어서 개인차가 있을 겁니다. 

Q. 여성 직원들도 본인들이 승진 차별을 받고 있다 생각하나요?

네. 승진 시즌, 정기 인사발령 시즌마다 늘 문제제기를 하죠.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승진을 시켰냐. 내가 더 오래 다녔고, 부서 사정도 다 아는데 왜 저 남직원만 승진 한거냐. 이런 거죠. 

Q. 실제 차별 사례가 있나요?

일단 저만 해도 입사 5년차인데 사원이에요. 심지어 경력직으로 왔는데도요. 

제 옆자리 여성 대리도 10년이 훨씬 넘었는데 아직 대리고요. 이 분은 육아휴직을 다녀온 이후 승진에서 누락되었어요.

Q. 육아휴직 사용 현황은 어떤가요?

여성은 잘 쓰고 있어요. 쓰는데, 승진할 때는 분명 걸림돌이 되죠. 

일단 고과를 3등급을 받아야 승진이 되는데, 육아휴직을 쓰면 4등급을 줘 버리거든요. 그 기간에 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요. 

물론 부서장이 면담을 하면서 설득하는 과정은 거치죠. ‘이번에 4등급 받으면 다음에 3등급 줄게’ 이렇게요.  

남성의 경우 지금까지 단 한명도 쓰지 않았어요. 아예 남자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고 생각 자체를 못하는 것 같아요.

다들 급여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부담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내분이 맞벌이를 하는 집의 경우는 다른 선례만 있으면 그래도 사용이 가능할 것도 같은데, 사용 독려 캠페인을 해서 분위기를 조성하면 조금씩 반응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Q. 휴직 기간 대체인력은 투입되나요?

대체인력은 투입되지 않고, 그냥 부서별로 순환배치를 하면서 휴직자의 업무를 기존 직원들에게 분배하는 식이에요. 

휴직한다고 자리를 빼지는 않지만 인력도 안 채워주는 것이죠. 남은 사람은 힘들고, 간 사람은 부담이 되고. 그러다보니 노노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Q. 보건휴가는 다들 사용하시나요? 

무급이라 정말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쓰지 않아요. 유급이면 거의 다 쓸거라고 생각해요.  

Q. 배치에서의 차별은 있나요?

일단 콜센터. CS팀은 100% 여직원만 배치합니다. 팀 내에서도 전화응대는 다 여직원이 하고 있고요. 아무래도 여성이 서비스, 응대 이런 것은 더 잘할 거라고 생각하는 듯 해요. 

그 외 영업, 직접 대면 업무의 경우 남직원이 많이 담당하고요.

 
Q. 만약 여성을 영업 부서, 외근 부서로 배치하면 기피할까요? 

영업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미 두각을 보이는 여성들도 있고요.

하지만 채무자를 만나서 격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채권회수 업무는, 잘 모르겠어요. 애초에 이 업무는 파견, 계약직 남성이 주로 담당해왔거든요. 아예 여성이 이 업무를 했던 사례 자체가 없어요. 

Q. 일하면서 여성이라 위축되었던 경험이 있나요?

있어요. 저는 나이, 직급, 성별상으로 모두 위치가 낮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성희롱 문제 같은 것을 주제로 이야기 하게 되면, 위축이 될 수밖에 없죠. 

그 외에는 느낌의 문제이기는 한데요. 예를 들어 사무실에서 회의를 할 때, 갑자기 사람이 많이 들어와서 의자가 부족한 상황이 되면 제가 스스로 의자를 양보하고 창틀에 앉거나 해요. 자연스럽게 위계질서 속에서 눈치를 보는 거죠.

그런데 ‘아무도 너한테 그렇게 하라고 하지 않았느냐’라고 하면 뭐라고 답할 수는 없는 거고요. 

Q. 여성할당제 도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희 회사는 여성과 남성이 할 업무 영역이 분명하게 나뉘어져 있으니까, 아무래도 여성할당제를 도입하면 이런 문화를 깨는데 도움이 좀 되지 않을까 싶기는 해요. 

여성도 평가를 받는 업무를 하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지금 여성들이 주로 하는 응대 업무는 사실 실적 평가를 하기 어렵잖아요. 그런데 할당제를 도입하려면 이런 부분에도 평가 지표가 도입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