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사

Q.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 여성 임원 및 관리자 비율이 궁금해요.

여성 직원 비율은 35% 수준인데, 여성 임원은 7~8%, 부장급 여성 관리자는 10% 수준이에요.

Q. 여성 임원 및 관리자 비율이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채용에서부터 이미 차별이 시작되기 때문이에요. 

저희는 신입채용이 6급과 5급 공채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이 중 6급은 흔히 말하는 지점 창구 업무나 본사 영업지원 업무를 담당하는데, 고졸부터 지원이 가능해요. 그리고 실제 99% 여성을 뽑죠. 

80년대에는 고졸 남성도 이 직군으로 뽑았다고는 하는데, 너무 오래전 일이라 지금 상황에서는 큰 의미는 없는 것 같고요. 

반면 5급은 대졸 전형으로, 본사에서 영업을 주로 담당하는데 90% 이상 남성이에요. 입사 시점부터 주임으로 시작하고 통상 5년 이내에 대리를 달아요.

또 승진연한이 안 됐는데 특진하는 케이스도 상대적으로 6급보다 많고, 석사일 경우 1년을 인정해주기도 해요. 

6급은 석사 학력 인정 규정조차 아예 없어요. 아직 사례가 없어서 그런 것 같기는 하지만요. 승진 뿐 아니라 6급과 5급은 급여차이가 꽤 나기도 합니다. 

실제 6급 여성 중에서는 지점 창구로 19살에 입사해서 40살이 넘도록 주임을 달고 있는 분도 있어요. 

업무팀장급이 되지 않으면 대리 승진 자체를 안 시켜줬었는데, 노조 문제제기로 4~5년 전부터는 그래도 업무팀장이 아닌 사람들도 대리 승진까지는 조금씩 시켜주고 있어요. 

Q. 6급과 5급은 채용 절차도 다른가요?

입사 절차는 6급이 5급보다 상대적으로 간소합니다. 5급은 3차 면접. 숙박 면접까지 봐야 하지만 6급은 면접을 2차까지만 보고 입사할 수 있어요. 

물론 그만큼 처우도 5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지만요. 

Q. 요즘엔 성별 무관 모두가 승진이 안 되고 있지 않나요?

물론 전체 직원의 승진율 자체가 18% 수준으로 낮아서 ‘여성만 승진이 안 된다’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에요.

하지만 승진대상자의 승진 체류기간을 놓고 보면 지점 지원직 여성들의 승진정체가 좀 더 심한 것은 사실이에요. 

그리고 이건 모든 업무를 비용으로만 놓고 평가하는 사측의 행태 때문이라고 봐요.

실제 금융사 업무는 대부분 수치로 평가받잖아요. 목표치를 달성했는지 실적 등을 보고 직원들 본인도 승진이 가능한 상황인지 예상해볼 수 있고요. 

그런데 영업직과는 달리 지원파트는 숫자로 평가받을 기회 자체가 없어요. 

인사에서도 지원직의 승진정체 문제를 인지하면서도 ‘성과가 나는 곳에 돈을 더 줄 수 밖에 없다. 기업에서 이익을 내는 파트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유지하죠. 

즉 여성이 대부분 배치되어 있는 이런 지원업무 자체가 평가절하되어 있는 거에요. 그러니 승진도 잘 되지 않는 거죠. 

문제는 사람들이 승진을 못하면 자신의 업무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그런 박탈감이 상당히 크죠. 

Q. 지원직에서 영업직으로 가고 싶으면 갈 수 있나요?

갈 수 있고 가야 해요. 저흰 채용 급수만 분리해서 하고 있을 뿐, 분리직군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순환보직이 원칙이거든요. 

다만 대다수 지원직 여성들은 영업으로 가고 싶어 한다기보다는 지점 영업지원에서 본사 영업지원으로 이동하고 싶어해요. 영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고, 그냥 이 지원업무를 하면서 차별 없이 인정받고 승진하고 싶다는 거죠. 

설령 본인이 영업직으로 나가고 싶어 해도 다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지점당 업무창구에 최소 3인 이상 배치되어야 하는데요. 그 기준인원을 맞추려면 당사자가 원해도 계속 영업으로는 못 가는 경우도 있죠. 

지점보다는 본사로 가고 싶어하는 것은, 같은 업무를 해도 본사에서 일하는 것이 승진기회가 많기 때문이에요. 

최근 업황이 바뀌면서 지점의 리테일 업무보다 부동산, 채권 등 본사에서 주로 하는 운용업무에서 수익이 대부분 나고 있어요. 영업실적을 기반으로 승진 여부도 결정되니까, 아무래도 지점은 본사보다 전체 인원대비 적은 인원이 승진 기회를 얻게 되죠. 

Q. 분리채용을 없애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렇죠. 하지만 회사는 직원들을 6급, 5급, 혹은 직무별로 다 나눠서 차별해가며 관리하는 것이 아무래도 편리하고, 비용도 더 절감할 수 있으니까 포기하지 않는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지원업무가 영업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있어요. 

학력차별과 여성차별이 동시에 얽혀있다보니 그냥 성차별이라고 인정하지 않기도 하고요.

하지만 애초에 특정 직무에 여성을 주로 배치하는 것 자체가 제도적 차별과 문화적 차별인 거잖아요. 그걸 무시하고 그냥 ‘승진하고 싶으면 지원이 아닌 영업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성차별이라고 생각해요. 

Q. 출산휴가, 육아휴직 사용 현황은 어떤가요?

여성은 활발하게 사용하는 편이지만, 남성은 육아휴직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요. 

제가 아는 것을 기준으로 하면 지금까지 5명 정도 사용했나?

이건 문화적 문제도 있겠지만 휴가 기간 급여가 깎이는 것이 부담된다는 게 더 실질적인 이유라고 봐요. 

여성 직원들도 본인이 배우자보다 급여가 높고, 주 생계부양자일 경우에는 출산휴가만 사용하고 육아휴직은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거든요. 

법적으로 육아휴직을 남성에게도 강제한다면, 아무래도 채용에서의 차별은 조금이나마 해소되지 않을까요? 

사실 지금도 회사는 여성 직원들이 출산하고 육아를 하면 최소 2년 이상 자리를 비운다면서 인력운용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거든요. 

특히 이곳이 안정된 직장이다 보니 결혼이나 출산율이 높고, 다자녀 가정도 많아요. 그러니 여성을 채용하고, 또 고직급으로 승진시키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남성보다 훨씬 높아지게 되는 거고, 그것 때문에 아무래도 ‘여성은 효율이 떨어지는 인력’이라는 인식이 있어요.

이건 육아, 양육이 여성에게 전가되어 있는 문제점과도 연계된 것이라서, 개별 기업에만 맡겨두면 절대 저절로 해소되지는 않을 거 에요. 

Q. 이런 문제로 조합원들 사이에 갈등은 없나요?  

학력, 채용 전형, 성별, 직무에 따라 전부 입장이 달라서 노노갈등이 심해요. 

수치를 보면 저직급에 여성이 모여 있고, 본사 인사, 재경, 기획과 같은 주무부서, 주요 직책에 대부분 남성이 배치되어 있는게 명확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우리 회사에 성차별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이 들어간 설문 결과를 보면 언제나 자신의 성별이 더 차별받는다고들 말해요. 

남자는 남자가 더 차별받는다고 하고 여자는 여자가 더 차별받는다고 말하는 거죠. 

Q. 남성들은 어떤 면에서 차별받는다고 느끼는 걸까요?

일단 여성이 겪는 차별은 구조적인 차별. 그러니까 제도 내에서 권력의 높낮이에 따라 발생하는 차별이잖아요. 승진이 어려운 부서에 배치되고, 주로 하는 업무도 평가절하 되고. 

반면 남성들이 말하는 ‘차별’은 ‘일상에서의 불편함’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아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내가 당연히 배려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을 받지 못하면 ‘차별당했다’고 생각하는 거죠. 단순히 불편한 것과 구조적인 차별은 다른 것 인데 말이에요.  

실제 저희 회사에서는 공용 휴게실이 없어지면서 역차별 논란이 아주 강하게 불거졌었어요. 

수유시설 등을 포함한 여직원 휴게실은 법적 의무이니 설치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사측이 그간 성별 무관 휴식할 수 있던 휴게 공간을 없애고 거기에 여성 휴게실을 만들었어요. 

그때 정말 여론이 들끓어서, 결국 남직원들 휴식공간을 이후 추가로 만들었죠. 

Q. 여성할당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회사에서는 ‘10명을 뽑아야 하는데 9등, 10등한 남성은 탈락시키고 12등, 13등 하는 여성을 채용하는 것은 역차별 아니냐?’라며 부정적으로 보고 있더라고요.

하지만 누적된 차별을 없애려면 할당제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채용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