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사

Q.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 여성 임원 및 관리자 비율이 궁금해요.

전체 직원 중 여직원 비율은 60%가 좀 넘어요. 하지만 여성 임원과 부장급 여성 관리자는 한 명도 없죠. 차장급 여성 관리자가 4~5% 수준이에요. 

Q. 왜 이렇게 여성 관리자가 적을까요?

영업지원업무를 하는 직원은 사무직으로 분류, 처음 채용단계에서 아예 직군을 나눠 채용하는데, 이 직군은 100% 여성만 뽑습니다. 남성이 없어요. 

학력은 고졸 이상으로 채용하고요. 여성 조합원 219명 중 50% 이상인 150명이 이 사무직군에 속해 있습니다. 

일반직은 반기에 한 번 대졸 채용을 하는데요. 남성을 더 많이 뽑죠. 일반직 여성 채용 비율은 20~30% 수준이에요. 

Q. 직군간 차별이 있나요?

두 직군 간에는 급여, 승진 부분에서 모두 차별이 있어요. 사무직에서 지원업무를 하면 기본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급여만 봐도 사무직은 6~7년차가 되어야 일반직이 받는 초기 급여 수준을 받게 됩니다. 급여 캡이 있어서 일정 수준 이상의 급여도 받지 못하고요. 

또 일반직 신입사원들은 채용 이후 합숙훈련을 하고, 역량개발교육도 시키는 반면, 사무직은 교육도 제대로 시키지 않고 알바 쓰듯 뽑아서 나중에 회사가 필요하면 영업으로 내몰아요. 그래서 적응하지 못하면 회사를 나가는 거고요. 

Q. 사무직에서 일반직 전환은 가능한가요? 

가능은 해요. 하지만 사무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에요. 

실제 지점 사무직에서 평가가 좋은 일부 직원들은 본사 일반직으로 발령을 내기도 해요. 이른바 ‘키워주는 것’이죠. 이건 기본적으로 ‘일반직’은 ‘사무직’보다 일 잘하고 유망한 직원이라는 인식을 반영한 인사죠.

단순히 업무 영역만의 문제인 것도 아니에요. 

회사에서 사무직 여성 중 일부를 발탁, 방카 영업을 시킨 경우가 있었어요. 이 직원들은 실력에 대한 검증기간도 거쳤고, 실제 은행에서의 방카 실적도 거의 1~3등으로 상위권이었어요. 

그런데 업무능력을 그렇게 보여줬는데, 진급을 안 시키고 급여를 기존 일반직 입사 직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아주 조금만 올려주는 식으로 차별했죠. 

그래서 해당 직원들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다른 회사로 이직해버리기도 했어요. 차별 때문에 인재 유출이 생긴 사례죠.

Q. 일반직 여성들은 차별을 받지 않나요?

일반직 내 명시된 처우상의 남녀 차별은 없습니다. 하지만 일반직 안에서도 본사 요직인 인사, 기획 이런 곳은 남자들이 대부분이에요. 배치상 성차별이 있는거죠.

계리 업무의 경우 다른 요소보다 전공에 따라 배치된다고 하는데, 그런 곳에도 남자가 많이 배치됩니다. 

신입사원 배치에는 본인 희망과 적성 등을 고려한다고 하는데 그 기준은 불분명한 것 같아요. 

어쨌거나 일단 본사의 경우 한번 부서에 배치되면 적응에 문제가 없는 한 계속 그대로 가는 편이고, 직무이동은 흔하지 않아요. 

그 외 일반직 여성들은 육아휴직을 다녀오고 하면 당연히 승진에서 동기 남성들보다 뒤처지겠죠.

Q. 육아휴직 사용 상황은 어떤가요?

여성은 거의 사용하지만 남성은 사용하지 않아요. 소위 말하는 핵심 부서에서는 쓰는 사람들도 좀 있는 것 같지만,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일거에요.

남성은 기본적으로 여성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승진이 빠른 편이고, 여성을 제외한 다른 남성 동기들과 경쟁을 하는 구조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다른 남성 동기들이 쓰지 않는데 나만 육아 휴직을 쓴다면 타격이 크다고 생각하겠죠.

Q.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불이익을 받나요?

회사는 ‘출산, 육아휴직 기간 동안 적극적인 불이익은 안 주지만, 일을 하지 않은 것도 맞으니까 이익을 줄 필요도 없다’는 입장이에요. 

그러니까 직원들은 사실상 아이를 낳고 쉬면 불이익이 온다고 생각하고, 출산, 육아휴직 기간을 조정해서 그래도 6개월 이상은 회사에 나오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1년에 6개월은 최소 다녀야 평가를 받을 수 있거든요. 

다만 육아휴직 관련해서 미혼 직원들은 역차별을 이야기하기도 해요. 그래서 육아휴직 의무화 제도 도입 같은 것을 모두가 원한다고 하기는 어렵죠. 

Q. 여성의 영업 기피때문에 순환보직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어요.

남녀의 문제라기보다는 적성의 문제라고 봐요. 

실제 사무직군으로 입사한 여성들중에서도 20년 이상 영업지원을 하다가, 진급차별이 워낙 심하니까 하는 만큼 받아가고 싶어서 영업에 도전, 나중엔 지점장까지 하는 케이스도 있어요. 

다만 영업으로 가면 실적 압박이 엄청 심하니까 기피하는 것은 있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사유서를 써야 하기도 하니까. 

반대로 남성들의 경우 총무직 같은 업무를 하고 싶어하지 않죠. 

예외적으로 지점장 후보군인 젊은 남성 직원들을 지방 지점에 총무직으로 배치하는 경우는 있었어요. 기존 지점장이 견제하는 등 회사 의도대로 운영되지 않기는 했지만. 

Q. 분리직군제가 고졸 여성 채용 기회를 넓혀준다는 말도 있잖아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사무직군은 고졸 이상 채용이다 보니 최근에는 대졸자를 뽑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렇게 들어온 사무직 대졸 여성들이 일반직 동기들과 비교해서 여러모로 차별을 받으니 견디지 못하고 퇴사해버리는 경우가 자꾸 생기더군요. 

그러면 직군을 없애거나 차별을 철폐해야 하는데 회사는 다시 사무직에는 고졸만 뽑을까. 초대졸만 뽑을까. 타사 경력직만 뽑을까. 이런 고민만 하고 있어요. 

즉, 회사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차별을 유지하고, 그 차별을 그냥 감내할만한 사람을 계속 찾는 거죠. 

Q. 분리직군제 폐지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네. 필요하죠. 만약 분리직군제를 당장 폐지할 수 없다면, 사무직의 기본적인 임금수준만이라도 일반직과 최대한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모든 노동은 당연히 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돈을 많이 버는, 이른바 수치로 드러나는 성과를 내는 업무에 대해서는 성과급 제도로 보상을 해줘야 하는 거고, 승진에서 차별을 두면 안 되는 거잖아요. 

Q. 여성할당제 도입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개별 회사에서 결정하게 둬선 안되고, 법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 여성할당제나 분리직군제 폐지 등의 내용을 명시해야 한다는 거죠. 

그 외에 여성들을 위한 리더십 교육, 역량강화 교육이 좀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교육을 통해 단계별로 업무에 필요한 내용 뿐 아니라 비전을 제시해줘야 의식도 전환되고, 그걸 기반으로 새로운 일에 도전도 할 수 있게 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