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사

Q.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 여성 임원 및 관리자 비율이 궁금해요.

전체 직원 성비를 보면 여성 비율이 45% 정도에요. 대체로 성비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여성이 많을때도 있어요. 

그런데 관리자 중 여성의 비율은 15% 내외로 낮은 게 현실이에요. 특히 핵심본사 관리부서에는 여성의 비율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Q. 여성 관리자 비율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 요인은 업종 특성상 업무직, 영업직을 구분해서 채용한다는 것인데요. 특히 업무직은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것이 아닌 단순 업무를 한다고 생각하고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있어요. 

문제는 이 업무직 지원자들의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입니다. 

이건 사회적 요인이 큰 것 같은데요. 창구의 꽃이라는 둥, 얼굴이라는 둥 하면서 여직원을 앉히던 금융기관의 보수적인 시각과 꼼꼼하게 서류를 챙기고, 고객에게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은 젊은 여성이어야 한다는 선입견에 기인한 것 같습니다. 

설령 남성이 6급 업무직에 들어간다고 해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나간다고도 해요. 아무래도 승진 기회나 급여에서부터 차이가 나니까 같은 남성 동기들과 비교해 견디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덧붙여서 지금 업무직은 계약직 기간 동안 매년 계약서를 새로 쓰고 있거든요. 전환은 거의 100% 되고 있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겠죠. 

실제 지점장이 계약직 업무직 여성에게 ‘충성하지 않으면 정규직 전환을 시키지 않겠다’고 협박한 케이스도 있어요.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서는 인사부 소관이고, 지점장은 아예 권한이 없는데, 잘 모르니 속게 되는 것이죠. 

Q. 분리 채용이 승진에도 영향을 끼치나요?

영향을 끼치죠. 직급체계를 보면, 사원(6급, 5급) 대리(4급) 차장(3급, 2급) 부장(1급),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으로 구분되는데요.

업무직인 경우 6급 계약직으로 들어와서 보통 6급2~3호봉 때 정규직 전환이 되고, 6급 4~5호봉일 때 보통 5급으로 진급, 5급 4호봉부터 대리진급 대상자가 됩니다. 그렇다고 바로 대리가 되는 것도 아니고 인사과나 영업전환을 통해서 진급하게 되고요.

영업직의 경우 5급 정규직으로 채용되어 4호봉이 되면 보통 대리진급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똑같은 4년제 대학을 나와도 업무직원은 대리전환시 40세 가까이 되는 것이고, 5급 영업직은 빠르면 28살 정도, 보통 30대 초반에 대리진급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남성들이 더 빨리 위로 올라가게 되는 거죠.

그럼 시간이 지나면 여성도 진급을 하느냐. 그렇지가 않아서 문제에요. 

여성도 차장급까지는 큰 허들 없이 진급을 하지만. 2급부터는 진급하기가 매우 어려워요. 만년 차장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게다가 기존 핵심부서 남성들이 또 남성을 핵심부서에 배치하려고 하다 보니, 여성은 그 안으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아요.

업무 평가상의 문제라기보다, 여성은 전문적이지 않고, 감정적이라는 인식의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Q. 업무직과 영업직은 채용 절차도 완전히 다른가요?

아무래도 6급은 계약직이니까 일단 서류 전형에서 통과하면, 임원면접까지는 보지 않고 인사부에서 확인 후 바로 채용하는 구조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반면 대졸 정규직인 5급은 서류 전형 이후 입사 시험도 보고 최종적으로는 그룹사 임원 면접까지 통과해야 합니다. 훨씬 더 복잡한 과정을 거치죠. 

때문에 회사가 ‘애초에 뽑는 과정이 다르다’라며 6급과 5급 처우 차별을 정당화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요즘은 취업난 때문에 대졸, 심지어 5급 입사자와 같은 학교인데도 6급으로 들어오는 직원들도 있어요. 그러다가 결국 5급과의 처우 차별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도 있고요.

Q. 그럼 회사 전체적으로 계약직은 여성이 많을 수밖에 없겠네요?

그렇죠. 물론 남성 계약직도 있기는 합니다. 

본점 관리직 2급부터는 계약직 전환을 하거든요. 이 직급부터는 영업 인센티브를 계약직으로 전환해야 받을 수 있어서요. 

다만 이 경우 (본인이 선택한) 연봉 계약직, 정규 계약직이라는 개념이라서, 여성 계약직과는 완전히 성격이 다르죠.
 
즉, 통계상 계약직으로 분류가 되어도 성별에 따라 급여나 처우의 ‘질’은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직군 전환 기회는 있나요?

네. 업무직 입사자가 5급 4호봉이 되면 영업직으로 전환할 자격이 생깁니다. 

5급 4호봉이면 같은 사원이라도 팀장급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자격이 있는 상태에서 본인이 신청하면 회사에서는 다 받아주는 편입니다. 

일단 전환하겠다고 하면 1년 정도 전환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됩니다. 

기본적인 영업 스킬과 개념 같은 것을 알려주는데 사실상 ‘마음의 준비’를 시키는 개념이라고 봐야겠지요. 전환 이후 1년 동안은 성과평가를 하지 않는, 일종의 유예기간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여성들이 거의 버티지 못하고 나가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유예기간이 끝나면 바로 육아휴직을 쓰고, 그 이후 복직하지 않고 바로 퇴사하는 식입니다. 당연히 회사, 부서에서 평가가 좋지 않겠죠. 

물론 영업을 잘 해서 업무직 출신인데 지점장까지 가는 여성들도 꽤 있지만요.

Q. 전환한 여성들이 영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유불리만 보면 지점에서 오랫동안 창구 업무를 보던 여성들은 오히려 고객 명단을 확보하고 있으니까 인맥을 영업에 활용할 수 있어서 유리한 부분도 있어요. 

실제로 이런 인맥을 이용해서 우수 직원이 된 케이스도 많고요. 회사에서도 창구 업무를 보던 여성들이 프로모션도 잘 하니까 이 인력을 아예 영업으로 활용하고 싶어 하는 것이고요. 

다만 아무래도 처음부터 영업을 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을 업무직으로 따로 뽑았잖아요. 그런 여성들에게 영업을 하라고 하면 처음부터 영업을 각오하고 입사한 다른 남성들보다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겠죠. 

Q. 같은 관리직 안에서도 성별에 따른 승진 및 배치 차별이 있나요?

본점 관리직에서 여성 관리자가 부족한 부분은, 누적된 차별의 결과라고 봐야 합니다. 

20년, 30년 전 입사한 여성들은 거의 승진을 못하거나 이미 퇴사를 했거든요. 회사에서는 일정 시점이 지나면 관리직 여성들에게도 영업을 하라고 압박하는데, 보통 이런 경우 영업에 도전하기보다는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요. 

즉, 현 시점 높은 직급에 있을만한 여성 인력풀이 부족해서 이런 수치가 나오는 것이고요.

배치의 문제를 놓고 보면, 성별직무분리가 심한 편이에요. 

기본적으로 여직원이 하는 일은 업무개발, 결제 등으로 아주 한정되어 있어요. 이런 부서는 50여 명 중 1~2명만 빼고 모두 여성들로 구성되어 있고요. 여성 차장도 대부분 이쪽에 몰려 있습니다. 

나머지 경영, 기획 등 핵심부서에는 여성이 없습니다. 있더라도 대부분 비서직군이에요. 법인영업부는 아예 여자가 없고요. 

Q. 성별직무분리 문제가 지속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성별직무분리현상을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은 아무래도 ‘라인’ 문화가 아닐까 싶어요.

본점 관리직 채용 과정에서는 최종적으로 성비를 맞춰 뽑기는 합니다만, 각 지점에서 아는 사람. 혹은 동기를 추천하는 경우도 많고 부서별 면접을 보기도 해서요. 

남자들끼리 서로 끌어주는 문화 때문에 기존에 남성이 많던 부서에는 신입 사원으로 또 남성이 많이 들어가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듯해요. 

사회 문화적으로 어떤 업무는 여성이 하기 힘든 업무라는 인식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총무부처럼 지방 출장이 잦고 인테리어 등 업무를 해야 하는 직무에 여성을 배치하면 버티기 어렵다고 보는 거죠. 

또 법인영업 등 영업 현장에서는 음주와 골프가 거의 필수인데, 이것도 여성보다는 남성들이 향유하는 문화잖아요. 보통 여성은 육아를 전담하는 경우가 많아서 저녁이나 휴일까지 그런 문화를 즐기기 어렵죠. 

Q. 육아휴직 사용 현황은 어떤가요? 

여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은 자유로운 편이에요. 차장급 여성들도 제법 사용하고 있고요. 

남성의 경우 아주 일부 사용한 사례가 있지만 복귀율이 높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해 보면 실제 육아를 위해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퇴사를 준비하거나, 건강상의 문제로 쉬려고 할 때 사용하더라고요. 

남성도 육아휴직을 제대로 쓰게 하려면 월급 보전도 중요하고, 문화도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육아휴직 기간의 고과는 그냥 비워둡니다. 저희가 3년간 고과 평균을 보는데, 만약 이 기간 내에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2년치 고과만 평가 대상이 되는 거죠. 

육휴자 평가 조건이 좋은 편이라 미혼, 비출산 직원들 입장에서는 차별을 받는다는 인식도 있어요. 예전에 육아휴직 기간이 100일에서 110일로 늘어나니까 실제 미혼 여성 직원들이 불만을 가지기도 했죠.

Q. 군가산점은 있나요?

규정상 내용은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보통 진급할 때 나이를 반영하기 때문에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이 1년 이상 빠르게 진급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다보니 5급 남성이 5급 여성보다 진급이 빠르게 진행 되더라구요.

채용할 때 아예 장교출신 전형도 따로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군대문화가 있어서 장교 출신을 선호하거든요. 

요즘은 고졸을 거의 뽑지 않으니까 이런 사례는 없지만, 고졸 남성의 경우 채용 이후 군대를 가면 그 기간 동안 월급을 다 주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경력인정도 해줬고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여성들이 불만을 가지면, 남성들은 ‘너희는 육아휴직을 편하게 가지 않느냐’라고 반박해요. 결국 직원들끼리 육아휴직과 군대를 비교하며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것이죠. 

Q. 채용, 승진 및 배치에서 여성 할당제가 도입되면 어떨까요? 

승진만 놓고 보면 이미 대리급과 차장급에서는 여성의 진급율이 더 높아요. 

그 이상의 직급에서 남자가 더 많이 진급해서 올라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승진에서 할당제를 도입하면 거센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고요. 

채용도 특정 직군은 지원 자체에서 이미 성비 불균형이 발생하니까 단순히 할당제로 해결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봅니다. 

배치와 관련한 차별을 해소하려고 여성을 공평하게 지방 출장이 많은 직무에 배치해버리면 여성들의 반발이 있을 거고요. 현금수송 업무처럼 규정상 남자가 하도록 되어 있는 업무가 있기도 합니다. 

일단 지점과 본점의 차별 해소를 위해, 본점 부서랑 영업 쪽을 적극 로테이션 시켜야 할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Q. 혹시 역차별과 관련한 논란은 없나요?

대부분의 직원들이 그냥 기존의 조직 문화에 맞게, 내 일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다만 남성이 대부분인 영업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내가 벌어서 업무직 여성들을 먹여 살린다”라는 인식이 있어서 성평등. 이런 소리를 싫어하기는 하죠. 

지점에는 여성이 더 많으니까 정수기 물통 갈기 같은 힘쓰는 일을 남성들이 더 많이 한다고 역차별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요.